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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asure of USA/Life of USA

센스쟁이 미국 치과의사 - 사랑니빼기

by K-teacher Amanda 2020. 10. 19.

어제 의사 예약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생각이 나서...

미국 온지 얼마 안됐을 때, 사랑니가 아팠습니다. 

저는 치과에 가는 걸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부터 치과를 자주 가서 충치 치료를 했고, 

치료할 때 그 기계 소리를 제일 싫어했습니다.

그 후로는 정말 양치질을 열심히 하고,

일년에 한 번씩 꼭꼭  치과 검진을 받으며 

관리에 노력 많이 했지요.

 

그런데 사랑니가 아프니.. 정말 걱정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처음 병원을 가는 거였기도 했죠.

아는 병원도 없어서, 

구글에서 내가 가진 보험이 적용되는 곳으로 

리뷰를 찾아 읽고 또 읽으며..

사랑니를 빼는 건 일반 치과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치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다행이라면 저는 사랑니가 하나뿐이라는 것 정도?

 

어찌저찌 예약을 하고 찾아간 병원에서는 

360도 엑스레이 같은 것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의사가 저를 보자마자 

저의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질문 세례와 함께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Beautiful! Where did you get? It's Amazing!"

뭐가 그렇게 대단한건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제 어금니의 3/4 정도를 금으로 씌운 이를 보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며 신기해 한거였어요. 

한국에서 했다니까, 한국 의사가 한 거냐 물으며..

 

생각해보니.. 

20여년전, 치과에 갔을 때 의사가

이 어금니 전체를 금으로 씌워야 한다고 하는 걸

내가 싫다고 우기면서 그냥 나의 원래 이를 조금이라도 남겨달라고 했었는데....

왜 그게 나한테는 중요했냐면 나는 꽃청춘 20대인데,

웃을 때 금이빨이 보이는 건 싫다 라는게 저의 그 때 생각이었어요.  

그 의사는 그게 쉬운 작업이 아니고,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고집을 꺽지 않는 애먼 환자때문에 어려움 토로 팍팍 하며

결국 나의 이빨 3/4을 힘겹게 커버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커버한 이빨이 20여년 지난 지금

미국인 치과의사에게 찬사를 받았네요.ㅎㅎㅎ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려요,

KBS 앞에 있는 여의도 모 치과 의사 선생님~ ㅎㅎ

그 때 짜증 많이 내셨는데,

이 미국인 의사가 너무 신기해 하며 동료 의사들한테 보여줘도 되냐고..

대단하다고 칭찬 많이 했습니다. ㅎㅎ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사랑니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무서워하는 지 정말 많이 설명했어요.

미국인 의사도 이해한 것 같았고 저를 안심시키는 것 같았고,

그렇게 발치 날짜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이빨을 뽑기로 한 날,

저는 정말 긴장을 많이 하고 치과에 갔습니다.

그 의사는 간호사와 함께 들어왔어요.

저에게 차근 차근 설명을 해주며 마취 주사를 놓았지요.

그리고는 간호사와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간간히 저에게 물어봅니다. 

 

의사   :  (간호사에에) 어제 브롱코스 풋볼 경기 봤니?

간호사:  봤어. 재밌더라 블라블라..

의사   :  (나에게) 너는 봤니?

나      :  어, 남편이 보더라.

의사   :  남편이 보는 동안 너는 뭐 했는데?

나      :  나는... 설거지 했는데?

의사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와이프가 설거지를 하는데 남편은 TV를 보고 있었다고?   

나      :  (생각해 보니 빡침) 그러게 말이야..(격한 동감에 입을 벌린 채 어버버버하는데..)

의사   :  (뽑은 이빨 보여주며) 이것 봐.. 너무 귀엽다. 다 끝났어.

나      :  어? 벌써? 우왕!!!

 

이렇게 사랑니 뽑는 게 끝났어요.

아무 느낌도 없고, 무서움도 없었고,

남편 뒷담화에 정신 팔려 이빨 뽑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ㅎㅎㅎㅎ

너무 쉽게 끝나니 내가 오버액션을 했다는 생각도 들고

미국인 의사가 수다스럽게 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 

자기 할 일을 잘 해냈네요. 

그래서 오히려 시원섭섭한 감정으로 병원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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