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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겼다, 세븐틴 콘서트!

by K-teacher Amanda 2022. 6. 28.

방송국에서 일했을 때, 그 당시 핫 했던 HOT와 젝스키스가 음방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개홀에 가서 무대를 보곤 했었다. 딱히 그들을 엄청나게 좋아했던 것은 아닌데, 그들의 무대는 멋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대들을 일로 접해서 그런지 그 공연 자체를 즐기거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본 적이 없었다. 매 번 매의 눈을 장착하고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 지를 끄집어 내려는 마음이 우선했다. 그리고 육아를 시작하던 순간부터는 이에 대한 모든 것을 잊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팬데믹이 드디어 거의 끝나가는 순간, 세븐틴은 콘서트를 한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눈여겨보게 된 이들 13명의 퍼포먼스는 너무나도 훌륭하고, 멋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멋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재미까지도 추구하는, 아이돌 세계에서는 흔히 보지 못했던 특이한(?) 매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맞다면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럿은 아니었지만 큐빅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캐럿 멤버십으로 선예매를 해야 티켓팅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캐럿 멤버십을 구매하고 공식적으로 캐럿이 되었다. 그리고 선예매에 성공했다. 

 

콘서트 전, 응원법을 외웠다. 어떤 노래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어떤 캐럿은 그동안에 나온 세븐틴 노래 응원법을 책으로 엮기도 했다. 나도 혹시 모르니 응원법 파일을 다운로드받았다. 최소 가장 최신곡인 HOT 응원법은 외우고 가야 하는 게 가수에 대한 예의 아닐까.

 
드디어 콘서트. 세븐틴은 퍼포먼스 장인이라 흔히들 말한다. 나는 장인들의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공연을 보러 간다. 기대가 무척 됐는데, 너무 공연이 오랫만이기도 했고, 공연하는 동안 아티스트와 한 공간에서 같이 호흡하겠구나 예상했기 때문에 설레임에 털이 곤두섰다. 특히 13명이 함께 맞추는 하모니와  군무를 볼 생각에 없던 몸 속 에너지가 급속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처음부터 나타난 그들의 핫 한 무대와 노래, 그리고 이어지는 행진곡과 울림에 저절로 우와 감탄사가 났고, 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온라인 콘서트가 아닌 진짜 콘서트에서 드디어 호시가 '10시 10분!'을, '호랑해~'를 외쳐주었으며,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한 채로 나온 정한이를 보며 그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강하게, 열정적으로 무대를 하는 모습들이 유닛 무대에까지 이어지면서 다양한 매력을 차례로 발견할 수 있었는데, 먼저 몽환적이고 춤사위에 집중한 퍼포먼스 유닛에 빠져들었다가 아름다운 멜로디와 보이스로 귀를 호강시키는 보컬 유닛에 허우적댔다가 겨우 빠져나와 파워 가득한 힙합유닛들이 뛰어나오는 것을 보면서 같이 '겜겜겜겜 겜겜겜겜 겜겜겜겜 겜보이~'를 불렀다. 열기가 고척돔을 뜨겁게 채우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콘서트의 멘트를 거의 빼고 그들의 음악으로 가득 채운 것을 이번 세븐틴 콘서트의 가장 잘한 점으로 꼽고 싶다. 고잉 세븐틴으로 새로이 팬이 된 캐럿들에게 그들은 사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가수이고 13명이 하나로 움직이는 독보적인 아티스트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이어지는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들.. 예전에 온라인 콘서트를 볼 때, 파워 안무를 하는데도 몇 곡을 연이어 부르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보니 그 감동은 하늘을 뚫을 기세다.  각자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모두 다른 가운데, 하나로 움직일 때는 또 일사불란하니 마치 지구를 구하는 로봇들이 합체를 했다가 각개로 전투했다가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 '힘든 가운데 우리 음악이 힘을 낼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는 우지의 말이 콕 마음에 박히면서 되돌아보니 그들은 힘든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으로나마 가장 웃음과 감동을 준 사람들이 아닌가. '자랑스러운 아들, 자랑스러운 가수가 되겠다'는 원우의 말에 울컥하며 캐럿들의 위로가 그에게도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세븐틴의 히트곡은 너무 많아서 세트리스트에 어떤 곡을 넣고 어떤 곳을 뺄 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홈런이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다 보면 넣을 노래가 너무 많다. 아주 초창기 노래들도 너무 좋은데, 어쩔 수 없다. 그냥 좀 아쉬울 뿐이었다. 

무대에서 매력이 폭발하는 버논, 주시주시 디에잇, 신이 난 준, 과시해 준 민규, 부지런히 열일 했던 승관, 역시 귀여운 디노, 부드러운 매력 발산의 조슈아, 눈에 보석 박힌 채 이동차에서 끊임없이 손 흔들어 준 도겸, 퇴근할 때까지도 차창 열어 인사했던 승철까지 한 명 한 명 다 개성있고, 멋있다.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이 없으니 전원 재계약한 것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무한 아주 나이스를 마지막으로 무대 끝날 때까지 그들은 신나게 즐겁게 행복함을 나누어주었다.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공연을 즐긴 시간이었다.  정말 '세븐틴'이라는 그룹이 예쁘고, 고맙고, 이들을 아낀다. 막막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니 진짜 캐럿이 되었나 하하.

콘서트 후유증이 심각하다. 또 가서 즐기고 싶고, 일요일 공연은 더 재밌었을 것 같고 그랬다. 결국 이런 추앙하는 글을 쓰면서 공연을 되돌아보는 마음을 정리한다. 미국 콘서트를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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